이인문의 이 그림은 중국 문인 나대경(羅大經, 13세기)의 <학림옥로(鶴林玉露)> 중 그의 산거생활(山居生活)을 적은 글을 도해한 그림으로 “정사태고 일장여소년 여가심산지중(靜似太古 日長如少年 余家深山之中)”으로 시작되는 구절을 따라 산정일장도(山靜日長圖)로 통칭되는 일종의 고사인물도이다.
이 장면은 이 글의 일부분인 “대나무 그늘진 창 아래로 돌아오면 촌 아내와 어린 자식들이 죽순과 고사리 나물을 만들고 보리밥을 지어내니 기쁜 마음으로 배불리 먹네(旣歸竹窓下則山妻稚子 作荀蕨供麥飯 欣然一飽).”라는 구절을 도해한 것이다. 산정일장도는 대개 나대경의 글을 여덟 장면으로 나눈 팔 폭의 병풍으로 많이 그려졌으나 단일 주제로서는 나대경의 산중유거지(山中幽居地)를 그린 장면과 함께 이 〈산처치자도〉가 가장 선호되었던 것으로 현존 작품들을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다. 이 그림은 화면 중경에다 산으로 둘러싸인 모옥(茅屋)을 배치하였는데 이 집의 주변은 죽림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그 안에서 한 선비가 밥상을 받고 있다. 건너 안채에는 산처(山妻)와 어린 아이의 모습이 보이며 중문(中門)을 통해 시동(侍童)이 음식을 내오고 있다.
산정일장의 주제는 이인문의 관념 산수화 중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국립중앙박물관과 간송미술관에도 같은 형식의 산정일장 팔 폭 병풍이 소장되어 있다. 그런데 이 그림은 국립 중앙박물관이나 간송미술관 소장본과 거의 동일한 크기의 작품이어서 이 작품도 병풍에서 산락(散落) 된 것임을 알려준다. 그의 산정일장도 병풍은 이 세 본에서 모두 다른 화풍을 보여주고 있어 이인문이 이 주제를 지속적으로 제작하였음을 알려준다. 이 그림은 무르익은 필치로 보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본 보다는 후대의 것으로서 그의 중년 이후의 작품인 것으로 생각된다.